
그래서 그때부터 무속인들의 형태가 여러 갈래로 바뀌게 되었다.
단순히 세습되어 신을 받고, 혼을 위로하며, 태평성대를 위해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란 걸 알았으니까.
각자의 특성과 가지고 난 것을 살려, 특성이 다른 각 혼을 성불 시키는 데에 중점을 두게 되었다는 거다.
힘이 강한 자들은 부적을 덕지덕지 붙여 놓은 무구를 휘두르기도 하고,
힘이 약한 무당은 그들의 눈앞에 별이 총총 뜰 때 정신없는 틈을 타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지.
직접 몸에 받는 위험한 일을 하는 무당도 있었는데, 이들의 옆에는 꼭 무언가를 몰아내는 데에 특화되어 있는 무당이 붙어 있었다.
이때부터 무당이라는 개인이었던 존재가 단체의 모습으로 활동하는 일이 잦아지기 시작했지.
그래도 이때까지는 사실 무당이 세부적으로 분류되진 않았었어.
그냥 본능적으로 자신과 함께할 이들을 알게 되거나, 자신이 싣고 있는 신께 점지받아 만나기도 했지.
그러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나며 수많은 무당들 사이에서 [무속파]가 나뉘어지기 시작했다.
붓이나 깃 등, 세필 할 수 있는 필기구를 사용하여 각 용도에 맞는 부적을 쓰던 부계상려.
칼, 둔기 등 자신의 손에 맞는 무기에 각자의 기운과 힘을 실어, 가장 큰 유효타를 부르던 천투도재, 천산곤재, 천투창재.
수살귀에 강하며, 가장 높은 정확도로 부정을 씻어 내던 천투궁재.
직접 귀신을 몸에 들여 넋을 달래고, 해결의 가장 큰 실마리를 쥐던 입귀양명.
방울 소리로 삿된 것들의 소리를 덮고, 진실된 소리를 뱉도록 유도하던 찬가음애.
무경을 간절히 외던 목소리가 옥구에 담기며 총알의 형태가 된 옥재환포.
당산나무를 모시다 타인을 보호하고자 하며 보호 결계를 칠 수 있게 된 위결상제.
투명한 수정구를 품에 안고 다니며 숨겨진 것을 보고, 모두를 사방으로 보호하려 했던 부호적선.
삿된 것에 당한 이들을 가장 빠르게 치료하고 삿된 것들을 쫓는 소금을 늘 들고 다니던 복조영량.
고서를 읽는 데 능해 압도적인 지식과 경험으로 칼끝을 올바른 곳에 향할 수 있었던 경문이도.
점괘에 능해 점괘통을 들고 다니며 뽑는 점괘에 따라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감괘장호.
각 몸주신에 어울리는 무기를 갖는 경우도 있었고, 자신이 다루던 무구를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그리 모든 무속파를 파악하고도 파악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