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무당들은 시간이 지나 나이를 먹을수록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게 돼.

기억력이 좋지 않으면 보통 내가 남을 까먹지, 남들이 나를 까먹지는 않잖아?

그런데 힘을 쓰면 쓸수록, 점점 나에 대한 기억을 모두가 잃어 갔던 거지. 이름을 잃어 갔던 거야. 그러다 점점 다른 것들도.

​잊고, 잊혀져, 결국 잃게 된 거지.

그리고 그것이 [그들]이 바란 가장 마지막 결말을 위한 것이라는 건 몰랐을 거다.

현재 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구전으로도 전해져 내려오고 있지 않고, 기록은 찾아보기 어려워.

그 안에서 파가 나뉠 정도였는데도 왜 세간에 그렇게 알려지지 않았던 걸까?

아마 그들을 본 자들도, 그들조차도 기억이 남지 않을 정도로 능력을 썼을 거야. 달랠 넋들이 그리도 많았던 모양이다.

사귀를 필두로 한 복살귀들은 무당의 기록을 후세에 남기지 않고, 방심케 하면서 자신들의 세상을 다시 만들길 기다렸다.

그러면서, 그들이 몸담았던 암흑인 [귀암세]를 이용하는 방법까지 알아냈지.

귀암세는 인간을 가두어 그들이 온전한 판단을 할 수 없도록 만들었어.

귀암세에 갇힌 이들은 온전하지 못한 모습으로 인간들을 죽이거나 현혹시켰고,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며 이지를 잃게 만들었지.

‘그건 분명 자신의 어머니였다’며 이빨이 오십 센치나 되는 것을 따라가는 걸 허망하게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더군.

하지만 이것도 무당들의 눈에나 보였지, 일반인들의 눈엔 그냥 좀비처럼 걷는 사람이었을 테지만 말이다.

무당들이 상업화가 되고 사주나 신점을 치는 데 그치는 요즈음만 봐도 느낌이 오지 않나.

아마 과거에 파가 나뉘어 활동하던 그 무당 가문의 자손들도 지금 일반적인 삶을 살고 있었을 거다.

그래, 너희들이 그랬던 것처럼.

하지만 세상을 구하기 위해 몸과 이름, 자신에 대한 기억까지 내던졌던 그때의 무당들처럼,

너희도 본능과 신이 이끄는 대로 오지 않았을까? 비단 내가 대학 부지에 묻어 놓은 방울만이 전부는 아니었을 거라 생각해.

 

우리의 전신이 태어났던 그곳으로, 올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겠지.

문제는 사귀가 가장 멸망시키고 싶었던 곳도 여기, 음사종합예술대학이었다는 거겠지.

 

 

 

그게 무엇이든,

빼앗기지 않게 조심해라.

잃지 않게 조심하고.

그리고, 잊지 않게 조심해라.

눈을 떠.

삿된 것의 이야기를 듣되 현혹되면 안 된다.

​부디 이 전언이 너희에게 닿았기를.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