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아마 꽤 오랜 시간이 지났었을 거다.
각지에서 누가 봐도 중히 여길 만큼의 일들이 산발적으로 터지기 시작했어.
무당이 피를 쏟으며 실금하고, 작두를 타다 몸이 반으로 갈라지거나 하는,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발생하기 시작하지.
흔히 신을 ‘싣는다’ ‘탄다’고 일컬어지는 행위에서, 만신들이 모두 그것을 하지 못하고 목숨을 잃고 마는 거야.
그때부터 무당들은 인지하기 시작했지. 내 의지가 이기지 못할 만큼 삿된 것들이 강해졌다고.
모두가 예상할 수 있었지. ‘삿된 것들을 싣고 나면 저리 되는 것이다.'
하지만 만신이라 불리는 이들이 삿된 것인 줄도 모르고 싣는다니, 그게 말이 되는 일인가.
애동 제자들도 아니고, 만신이 된 지 한참은 된 분들조차도 그런 일을 겪었다.
이게 우리만의 문제라면 그나마 차악이려니 했겠지만,
신을 모시는 자들이 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삿된 것을 받았다는 것부터가 자격 부족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분명 곳곳에서 나오기 시작했지.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어. 방법을 찾지 못했으니까.
대대로 세습무를 이어 온 가문부터 유명한 만신들까지 전부 이와 같은 위기를 겪거나 혹은 그를 직감코 빠져나오는 일이 발생했고,
무언가 심각한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 바보가 아닌 이상.
그래서 그 당시, 가장 알려진 만신이었던 [금해연]이 식음을 전폐한 채 지리산 정상에 올랐다.
무릎을 꿇은 채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지.
기도를 드리기도 하고, 하얀 천을 이고 지며 혼을 위로하기도 하면서, 쌀 한 톨조차 입에 넣지 않았다고 해.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나, 모두가 그녀가 죽은 건 아닌지 걱정하며 '기도를 방해하면 안 된다'는 규율을 깰까 고민하던 때였어.
그녀가 온전한 낯빛으로 산을 내려오는 게 똑똑히 보였지. 그녀가 하는 말은 하나였다.
‘악귀를 위로하여 성불시켰고, 그가 자취를 감추기 전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이야기하였다.'
모두가 삿된 것들을 몰아낼 생각만 할 때, 그녀는 ‘그것도 결국 위로 받고 싶었던 무언가’라는 것에 조금 더 집중했던 거야.
한 달 내내 식음을 전폐하며 진정성을 보인 거지.
그러나, 그러기 위해선 삿된 것에 격노한 자신의 몸주신마저도 달래야 했어.
모르긴 몰라도, 아무나 할 수 없는 짓이었다는 건 모두가 알았지.
혼의 넋을 기려 성불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렇게 간단한 해답일 거라고 생각이나 했을까. 늘 우리가 하는 일인데, 그걸 몰랐다니.
그리고 금해연은 당시 자신을 따르던 무당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하더군.
“그것들은 자신을 ‘복살귀’들이라 하였다. 사람을 넘어 신의 모습까지도 잡아먹고 흉내내어 죽이는 자들이라는 뜻이다.
그들의 목적은 인간이 아닌 ‘무당’이다.
무당들에게 실려, 혹은 무당을 직접 파훼하고, 무당이 전부 사라진 세상에 내려오고자 하는 것이 그들의 계획이다.
따라서, 우리는 사람들을 지키려면 우리부터 지킬 줄 알아야 한다…….”